요즘은 거의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등산로 입구에 칡을 판매하는 좌판이 많이 있었습니다. 칡을 생으로 씹어 먹기도, 그 자리에서 칡즙을 내려 마시기도 했습니다. 칡은 여러해살이 콩과 식물로 뿌리를 갈근, 덩굴은 갈만, 잎은 갈엽, 꽃은 갈화, 씨는 갈곡이라고 부르며 다양한 부위가 활용되는 식물입니다. 칡의 다양한 부위 중 건강 증진을 위해 약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갈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갈근은 칡의 뿌리입니다. 과거부터 많이 사용되어온 식물 원물로 감기 증상에 많이 활용됩니다.

<동의보감>에서 갈근은 ‘풍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피부를 풀어주고 땀구멍을 열어준다’고 적고 있습니다. 찬바람을 맞거나 환절기, 겨울철에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거나, 몸이 으실 으실해지는 몸살 증상 등 전형적인 감기 증상이 있을 때 갈근을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감기로 인해 열이 나면서 밥을 안 먹으려 하고 토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갈근은 목과 어깨 같은 부위의 뭉침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갈증을 제거하고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번갈을 멈추며, 음식 맛을 나게 하고 소화를 잘 되게 하며, 가슴에 열을 없앤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성분 분석을 통해 갈근에 함유된 다양한 성분과 작용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습니다.

갈근에는 다른 콩과 식물처럼 이소플라본(isoflavone)이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푸에라린(puerarin)과 다이드제인(daidzein), 다이드진(daidzin), 제니스틴(genistin) 등이 있습니다. 푸에라린(Puerarin)은 말초의 혈액순환을 촉진, 관상동맥을 확장하여 혈류량을 증가, 혈전을 용해하여 심장의 운동능을 항진시키고¹⁾ 신경성 통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²⁾ 다이드제인(Daidzein)은 근육이 뭉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³⁾ 갈근에 함유된 이소플라본 성분들은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⁴⁾ 카테킨(catechin)도 함유되어 있어 간기능을 활성화하여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고 숙취의 다양한 증상에도 좋다고 합니다.

이러한 갈근은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칡을 생으로 먹기도, 즙을 내려 먹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잘 건조시킨 갈근을 물에 달여 마시는 방법(열수 추출)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근을 직접 사서 달여 먹기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불편하므로 같은 원리를 이용해 달여진 제품을 구매해 섭취하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